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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끝이 보인다?



2022년 4월 18일

독자 여러분, 금융시장에 관심 있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주에 말씀드린 대로 저와 아내 그레이스는 4월 12일에 한국에 왔습니다. 뉴욕 JFK 공항에서 드라마틱한 쇼를 한 것 외에는, 순조로운 여행이었죠.


미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저는, 한국 도착 후에 자가 격리를 면제받기 위해 한국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에 정보를 잘 입력하여 미리 QR 코드를 받아 놓았습니다. 그런데 JFK 공항 도착 직후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큰일이 일어났습니다. 한국 정부가 만들어 놓은 K-ETA(Korea 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란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비행편에 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저와 아내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어서 한국에서 봤을 때는 외국인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미국 국민들은 무비자로 한국에 갈 수 있어서 그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지요. 이 규칙이 바뀐 건 아닌데, 작년 9월부터는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온라인으로 여권 정보 등을 입력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새로 생겼다고 항공사 직원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할 수 없이 공항에서, 출발 시간 2시간 10분 정도를 앞두고 K-ETA 시스템에 접속해서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웹에는 승인이 4시간 걸려 나올 수도 있고, 적어도 출발 24시간 전에 신청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도 나와 있었습니다. 저희들을 아주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하게 대해 주신 아시아나 항공사의 김정한 님은 30분 만에 승인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저희를 격려해 주셨지요. 그리고 다행히도 신청한 지 40분 만에 승인 알림이 떴고, 저희들은 한국으로 가는 비행편에 탈 수 있었습니다. 휴(Phew)!


참고로, 위 상황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저희가 일찍, 비행편 출발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는 것입니다. 국제편으로 여행할 때는 적어도 3시간 전에 공항에 오라는 항공사의 권고를 실천으로 옮긴 저희들에게 행운이 따라준 것이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주제를 이야기해 봅시다. 요즘 '인플레이션'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돈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미디어 콘텐츠의 자극성에도, 음식의 양념에도, 싫고 좋은 헤프닝에 대한 우리의 반응에도 인플레이션이 붙는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른 이들에 대한 기대치에도 인플레이션이 생깁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기대치 인플레이션에 대해 잠깐 말씀드릴게요. 가끔 한국에 오다 보니, 저는 도착 전부터 만날 사람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일정을 짜기 시작합니다.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하고, 저와 지인들이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 야나 미니스트리(보육원 아이들을 돕는 단체)에 관계된 분들도 만나야 하고, 은사님들, 동창들, 투자 분야와 출판사 분들까지 만나게 되는데요, 거의 대부분 식사 약속을 잡게 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가 40 중반이 될 때쯤부터 만나는 분들이 선택하는 식당들이 점점 비싸고 코스 요리를 먹는 장소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좋다고 해도 한정식, 중식, 이탈리언 등 고급스런 식당들을 고집하는 지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제가 한국에서 먹고 싶은 것은 옛날에 즐겼던 떡볶이나 튀김, 만두나 순대 같은 것들인데, 그런 걸 대접해 주시는 분은 없습니다. 제 입맛 수준에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을 적용한 분들이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동시에 저의 몸무게와 허리 사이즈 등에 정착하는 인플레이션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 편지의 주제는 경제적인 인플레이션인데, 제가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저는 잘 압니다. 심각하거나 좋지 않은 것을 나중으로 미루는 버릇이 있어서 그렇지요. 뉴스에서 보셨겠지만, 미국 전역의 소비자 물가 지수(CPI)는 3월에, 1년 전 대비, 8.5% 올랐습니다. 평균 시간당 임금(average hourly wage)이 5.6% 올랐지만 그 수치를 2.9% 초월한 통계였지요.


여기서 중요한 개념을 하나 설명해 드리자면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인플레이션도 복합적으로 봐야 하는 통계라는 사실입니다. 도둑이 아무리 빨리 도망친다 해도,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가 그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물가가 많이 오르더라도 개인 소득이 더 빨리 오르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비자의 현실적 주머니 사정을 말하기 위해 실질 임금 성장률(real wage growth rate)이라는 통계를 씁니다. 공식은 임금 성장 - CPI 성장입니다. (예, 임금 성장률 5.6% - CPI 성장률 8.5% = -2.9%). 결국 미국 평균 소비자의 경제적인 사정은 2.9% 어려워졌다는 통계가 나온 것입니다. 2022년 2월의 같은 통계가 -2.1% (임금 성장률 5.8% - CPI 성장률 7.9%))였으니까, 3월에 환경이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도 얼마 있지 않아 그 열기가 식기 시작할 거라고 저는 봅니다. 이건 절대적으로 제 의견이란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드립니다. 물론 이 의견에는 제가 자주 쓰는 '장미빛 안경'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객관적인 근거도 있고, 개인적 해프닝에서 오는 직감도 있습니다.


첫째, 3월에 배럴당 120달러에서 139달러까지 올랐던 브랜트유 가격이 100에서 110달러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3월에 18%까지 올랐던 휘발유 가격이 4월에 와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3월 CPI 데이터를 보면 중고차 가격이 두달 연속 내렸습니다.(3월엔 3.8%, 2월엔 2.1%). 미국 전역에서 팔리는 중고차의 가격은 2020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약 55% 올랐는데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크게 줄어든 새차 생산에서 비롯된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인플레이션의 열기가 얼마 있지 않아 식기 시작할 거라고 믿는 마지막 이유는 한국에 오기 전에 했던 가족 외식에서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메뉴를 보시던 장모님께서 1인분에 45달러라고 쓰인 갈비 가격을 보시고 깜짝 놀라시더군요. 그날은 오리고기가 드시고 싶다시며, 1인분에 35달러가 적혀 있는 오리 로스구이를 시키자고도 말씀하셨지요. 아들 데이비드는 한 술 더 떴습니다. 갈비를 제일 좋아하는 아이가 설렁탕을 먹겠다면서 설렁탕 가격을 걱정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신순규의 <동의하거나 말거나> 제2번, '장모님과 아들이 물가 걱정을 할 정도면 물가 상승의 열기는 뜨거워질만큼 뜨거워졌다.'


독자 여러분, 저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는 24일에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오늘 감히 발표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측이 맞기를 바라며, 인사 드립니다.


Have a bullish week!

신순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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