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우리가 될 때 : 우버와 택시가 같은 배를, 같은 차를 타다
- Admin
- Apr 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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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pr 3, 2022

2022년 4월 4일
독자 여러분, 금융시장에 관심 있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다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을 텐데요, 요즘은 일하는 나날이 좀 지루합니다. 투자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저는 소위 바이사이드(buyside, 증권을 사는 분야) 사람입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증권회사 중에서도 뮤추얼펀드 운용과, 고객의 자산 운용을 위탁받아 투자 일을 대행해 주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에 주 목적은 증권을 비교적 싼 값에 사는 것입니다. 물론 증권 가격이 너무 비싸질 때는 할 수 없이 팔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만족스러운 왕복 여행을 마치는 느낌이 들 뿐이지 특별한 재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기업의 증권 가격이 가치보다 높아져서 팔 때는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꽤 오래 동행했던 친구와 잠시 이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제가 요즘 지루한 나날을 보내는 이유는, 회사채권 값이 다시 비싸져서 매입 기회가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책임지고 있는 분야에서는 단 1달러도 투자할 기회가 없었지요. 그럴 때는 온종일 뉴스를 읽고, 근래에 나온 사분기 성과보고를 토대로 투자뷰 업데이트를 작성합니다. 프로그래머들이 쿨한 앱을 만들 때 코딩에 대해서 설명하는 멘트를 쓰는 것처럼, 투자뷰 업데이트는 다른 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재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와 같이 회사채에 투자하기 위해 기업 분석을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어떻게 채권 가격의 가치를 측정할까요? 주식은 간단하게 거래되는 주가를 토대로 계산을 시작하겠지만, 채권 가격 계산은 방법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거의 위험도가 없는 국채가 있기 때문입니다.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연방정부가 발행하는 국채(Treasury)와 같은 이자율 기준선이 있어서, 최고로 안전한 채권 투자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위험도를 조금 올리는 대신 좀 더 높은 이자율을 받기 위해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채의 가격은 달러 액수보다는 국채에 비해 얼마나 더 높은 이자를 받느냐가 주 포인트가 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참, 이 내용이 좀 따분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이 단락은 건너뛰셔도 좋겠습니다.) 제가 지난 달에 매입하기로 결정한 채권의 발행사 H는 캘리포니아에서 종합병원들과 클리닉 등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그 30년만기 채권의 이자율은 30년만기 미국채의 이자율보다 1.27% 높았습니다. 그것을 분야 사람들은 127bps(basis points), 그냥 말로 할 때는 127빞스라고 합니다.(1bp=0.01%) 즉 파산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미 연방정부에 돈을 빌려주지 않고, 매우 희박하나 아주 낮은 파산의 가능성이 있는 H사에 돈을 빌려 주는 보상으로 매년 이자를 1.27% 더 받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국채 이자율보다 더 받는 이자율을 스프레드라고 부릅니다. 토스트에 발라먹는 버터나 잼을 스프레드라고 하는 것처럼, 국채 이자율 위에 얹어 주는 것, 바로 돈으로 만든 스프레드입니다. 그래서 요즘 제가 지루한 나날을 보내는 이유를 말씀 드리자면, 지난달에 145빞스까지 올랐던 평균 스프레드가 이젠 115빞스도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회사채 스프레드가 너무 낮아져서, 즉 채권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저는 뉴스나 읽고 보고서나 쓰는 나날을 보내는 것이지요.
(휴, 지루한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지루한 글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개인적인 공지를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지난주 편지에 오늘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해 드릴 거라고 했었지요? 저와 아내 그레이스가 다음 주 월요일에 한국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책 출간을 위해 작년 여름에 한국에 갔었는데요, 이번엔 저와 지인들이 설립한 야나(YANA) 미니스트리의 행사 참석과 TV 프로그램 녹화 등을 하기 위해 가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모국을 떠나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한국 방문은 기대되는 큰 이벤트입니다. 혹시 <월가에서 온 편지> 독자님들을 거리에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되면 같이 커피라도 같이 마셔요. 저는 얼그레이 차도 아이스로 만들어 주는 한국 카페가 좋더라고요.
각설하고, 이제 이번 주 글의 주제로 돌아와 볼게요. 제가 지난주에 읽었던 뉴스 중에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앙숙이었던 우버와 택시가 함께 가기로 했다는 뉴스였지요. 뉴욕시의 모든 택시가 우버 앱에 등록될 거라는 발표를 접하면서, 우버와 같은 신개념의 교통 수단과 기존의 택시 사이의 차이가 흐려져 가는 추세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서로의 존재를 비판하며 논쟁을 했던 사람들도, 필요할 때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도 새삼스럽게 들었지요.
그럼, 우버의 CEO가 2014년에 그들의 '적'이라고 불렀던 택시와의 결합이 어떻게 성사되었을까요? 하나는 여러 대도시의 엄격한 규제를 버텨 내며 타협을 고집해 온 우버의 경영진들의 노력이 있었고, 또 하나는 펜데믹이라는 큰 도전을 이겨 내는 일에 양쪽의 협조가 필수라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큰 도시 바르셀로나는 한동안 우버 드라이버들에게 15분 연기 시간을 명령한 적이 있었습니다. 즉 택시는 바로 탈 수 있지만 우버를 주문하는 사람은 15분 후에 차를 탈 수 있게 했던 것이죠. 또한 2018년부터 뉴욕시는 한꺼번에 뉴욕시 거리에서 운영이 가능한 우버 차량의 대수를 제한했고, 우버 드라이버들에게 지불되어야 하는 최저 임금을 정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한동안 포기했었던 우버에서는 그들의 운전사들을 바르셀로나의 택시 운전사로 등록했고, 또 같은 방법으로 마드리드에서도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펜데믹은 일단 우버나 택시가 고객을 거의 다 잃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 도전의 세월을 극복하기 위해 우버 드라이버들은 고객들을 태우는 일만이 아니라 식당 음식과 마켓의 식품 등을 배달하는 일도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보니 방역 수칙이 거의 해제된 근래에는 급등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4% 이하로 떨어지면서(2022년 3월엔 3.6%) 임금은 점점, 빠르게 올라가는 현실이 사업에서 큰 이슈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버가 뉴욕시의 모든 택시를 우버 앱에 가입시키는 딜을 추진했던 것입니다. 고객을 탑승시키는 데 큰 제약을 받는 뉴욕 택시 드라이버들도(예를 들어 뉴욕시 밖에서는 손님을 탑승시킬 수 없는 규칙) 언제나 우버로 변신할 수 있는 자신들의 새로운 사업 모델을 환영하고 있답니다.
사실 저는 우버와 리프트를 좋아합니다. 저도 손쉽게 쓸 수 있는 앱을 통해 차를 불러서 어디든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 택시 안에서 우버 얘기를 했다가 운전사님께 심하게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마치 마약 밀수범처럼 혼쭐이 났었는데, 그 후에 이런 말을 들었지요. "한국 택시 안에서 입밖에 내면 안 될 말: 정치 얘기, 우버라는 단어." 다음 주에 한국에 가는데요, 이것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여러분, 이번 주도 평안하게 보내시고요. 우버와 택시의 관계처럼, 생각이 너무 달라서 적처럼 느껴지는 사람을 저도 좀 따스한 눈으로 보도록 노력해 보아야겠습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같은 우버를 타게 될지.
그럼, 다음 월요일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ave a bullish week!
신순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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