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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min
- Mar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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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Mar 21, 2022

2022년 3월 21일
독자 여러분, 금융 시장에 관심 있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주 증시의 활발한 움직임은 15일 화요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던 원유 가격이 8일 만에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는 뉴스로 아침을 오픈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전 협상 소식이 증시에 긍정적인 톤을 더했고, 중국이 락다운을 포함한 엄격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여러 지역에서 이행한다는 뉴스 때문에 원유 수요가 줄 거란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이틀간 진행될 미 연준 Fed의 미팅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지난 주 증시는 그날부터 계속 긍정적인 추세를 이어갔고, 0.25% 금리 인상 결정과 올해에 여섯번이나 더 금리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연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랜만에 4일 연속(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상승세를 지켰습니다. 4일만에 S&P 500과 나스닥(NASDAQ) 지수가 각각 6.9%와 10.4% 올랐거든요.
그런데 이런 평균 지수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린 회사의 주식 하나가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작년 1월부터 소규모 일반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원으로 날개를 달게 된 주식 중 하나, 즉 대표적인 밈주식으로 알려진 AMC는 4일만에 16.5%나 상승했습니다. AMC Entertainment Holdings(AMC)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극장 체인 회사로, 투자자들의 놀라운 지원에 힘입어 지난 14개월 동안 상장된 주식 양을 약 1억 주에서 5억 주까지 올리면서도 주가는 5배로 뛰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AMC 기업의 가치가 밈주식 열풍이 일어나기 전보다 약 25배 정도가 되었다는 말이 됩니다. 영화관에 직접 와서 영화를 보는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 모델이 영원히 손상되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그 의견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투자자들의 생각을 보여 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AMC 주식이 왜 평균지수보다 더 오르는 일이 지난 주에 일어났을까요? 금과 은에 투자하겠다는 AMC의 CEO 아담 아론(Adam Aron)의 발표가 트위터를 통해 전해진 것은 화요일 3월 15일 이른 아침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AMC사가 2790만 달러를 귀금속 광업회사인 Hycroft Mining Holdings(HYMC)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세상에 알렸던 것입니다. 스크린에 잠깐 반짝거렸던 이 헤드라인을 보면서 크게 웃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매우 의아하단 생각을 한 이들도 적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업과 금과 은을 채굴하는 사업이 무슨 상관성이 있어서 AMC사가 큰 돈을 들여 Hycroft사의 22% 주주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은 누구나 했겠지요.
게다가 HYMC는 2020년에 주당 10달러에 상장되어 15.82달러까지 올랐다가 최근에 0.29달러까지 하락한 소위 말하는 페니 스탁(penny stock, 5달러 미만으로 거래되는 변동성이 많은 동전주)입니다. 그리고 Hycroft사 소유 네바다주에 위치한 금은광의 채굴 가능 금과 은 매장량이 각각 1500만 온스와 6억 온스가 된다 해도, 이 회사의 실제 사업 실적은 매우 부진했다고 합니다. 2015년, 금 가격이 하락하면서 파산을 했었고, 2019년에 다시 채굴을 시작했으나 성과는 예측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엔 금을 5만 온스 정도 생산했는데, 원래 예측량은 16만 3천 온스였답니다. 현재는 채굴 활동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결국 HYMC는 투자보다는 투기 목적에 더 적절한 주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역사에 남을 만한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기업이 상관성 없는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주주들의 자본을 쓰는 것을 '사업다악화(Diworsification)'라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이나 기관이 투자를 할 때 위험성을 분산시키기 위해 관련성이 낮은 여러 분야에 투자하는 방법인데요, 린치는 경영진이 현재 사업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상관없는 분야 회사를 매입하거나 그들이 전문적 기술이나 지식이 없는 분야 기업에 투자하는 선택을 '다악화', 즉 상황을 악화시키는, 전략 아닌 전략이라고 한 것이죠. 이런 경영진의 결정에 따른 투자는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 잦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른들께서 자주 했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사람은 한 우물을 파야한다는 말씀. 사실 저는 이 조언을 몇 번이나 무시했습니다. 10년이나 공을 들였던 피아노를 그만두었고, 오랜 공부를 통해 추구했던 교수의 꿈을 접었습니다. 언젠가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실패할 것 같은 일은 빨리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한 우물 파는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평생 팔 만한 우물, 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우물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사업다악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사업의 성장률이나 이윤율이 줄고 있거나 아예 매상이 떨어지는 추세 때문입니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업처럼 말이지요. 이때 연구와 개발 혹은 투자 활동을 통해서 불리한 상황을 뒤집지 못한다면, 기업이 생산하는 이윤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누어 주거나, 본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당 이윤을 올리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택은 다른 분야에 용기 있게, 모험을 무릅쓰고 뛰어드는 것과는 달리 매우 지루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주주들은 알아야 합니다. 주주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경영진은 이런 지루한 선택을 과감하게 한다는 사실을.
투자하실 기업을 고르실 때, 경영진이 주주들의 자본을 어떻게 할당하는지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하고 있는 사업을 팽창시키기 위한 내부 투자가 중요합니다. 또 하고 있는 사업을 늘릴 수 있는 외부 투자, 즉 매입이나 합병 등을 얼마나 전략적인 방법으로 해내는지 판단하셔야 합니다. 쓸데없이 높은 채무를 줄여 나가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되었지요? 요즘은 한국에 계신 가족들에게서도 확진 소식을 듣곤 합니다. 2020년 2월부터 올해 3월초까지, 즉 25개월 동안 한국 인구 중 약 8%가 확진된 반면, 지난 15일 동안 약 10%가 추가로 확진되었다는 통계는 그야말로 쇼크였습니다. 그러나 긴 터널 끝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듯합니다. '7일 평균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이틀 전부터 조금씩 줄기 시작했으니까요.
3월 17일: 40만 4988명
3월 18일: 40만 4666명
3월 19일: 40만 2456명
부디, 다음 주에는 하락 패턴이 더 확실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다음 주에 또 편지 올리겠습니다.
Have a bullish week! 감사합니다.
신순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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