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격이 높은 CEO의 기업에만 투자할래요
- Admin
- Mar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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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pr 3, 2022

독자 여러분, 금융시장에 관심 있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저는 몇 달후에나 독자분들이 구독을 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구독을 먼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감사하게도 벌써 여러 독자님들께서 구독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매주 그 분들에게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의 “영어 한 마디”를 소개합니다.
“Steady as she goes.”
가기도 잘도 간다.(흔들리지 않고)
저희 투자 팀은 주중 매일 오전 8시 45분에 브리핑을 합니다. 펜데믹 전엔 트레이딩 데스크를 중심으로 둘러서서 애널리스트들이 각자의 책임 분야나 기업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했지만, 같은 브리핑을 2년 넘게 줌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브리핑에서 제가 몇 번이나 쓴 문장이 바로 “Steady as she goes.”와 “Steady as they go.”였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지 한 달이 되던 지난주였습니다.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상향 조정을 (0.25%가 아닌) 0.50%씩 단행할 수 있다는 연준 의장 파울의 언급이 증시의 순조로운 흐름을 흔들어 놓았던 한 주였지요. 점점 높아가는 경기침체 가능성의 신호가 될 수 있는 미 국채 수익율 곡선(일드 커브 플래트닝)이 채권 투자자들의 스크린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안정을 되찾은 것 같은 신호를 크게 보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주가 지수들은 지난 1주간 그리고 러시아가 이웃나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비해 다음과 같이 올랐습니다.
S&P 500: +1.8%, +7.5%
NASDAQ: +2.0%, +8.7%
그래서 제가 몇 번이나 비교적 잠잠한 바다를 운항하는 선박에나 쓰는 이 문장 “Steady as she goes.”를 썼던 것입니다. 제가 책임지고 있는 분야나 기업들이 고물가 환경과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란 의견이 거래되는 주가와 회사채 이윤율에 뚜렷하게 반영되기 시작했으니까요. 즉 제가 보는 위험도에 비해 주가는 너무 높고 채권 이윤율은 너무 낮다는 저의 소견을 동료들과 나누었던 것입니다.
이런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강조하듯이 지난주에 재미있는 ETF(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가 하나 시장에 소개되었습니다. 높은 인격의 소유자들이 리더로 있는 기업들에만 투자하는 고인격자 CEO ETF가 지난 목요일부터 트레이딩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름하여 Return on Character(ROCI) ETF (인격 이윤 상장 펀드)입니다. 고인격자 CEO가 이끄는 기업을 선택하여 주주들의 자본가치를 높이는 것이 이 펀드의 목적입니다. 이 독특한 전략은 정직, 책임감, 용서, 동정심과 같은 인격성을 보여 주는 리더들을 선택하여, 그들이 CEO로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애플의 팀 쿡(Tim Cook)과 아마존의 앤디 제시(Andy Jassy)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 등은 이 펀드에 포함되었으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얼마 전까지는 페이스북으로 알려졌던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인격 점수를 충분히 받지 못해 제외되었답니다.
이 펀드의 매니저인 댄 쿠퍼는 그의 팀은 CEO의 인기나 기업의 시가총액을 토대로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선택이 고정된 것이 아니며, Fortune 500 기업이 다 그의 펀드에 선택된다면 너무 좋을 거라고도 말했지요. 왜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제외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고요. 다만 TOP 1000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행실(behavior)에 대한 평가와 그들이 일으키거나 개입된 분쟁(controversy)에 대한 평가가 인격 점수에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점수를 높게 받은 리더 75명에서 100명이 경영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펀드의 앞날은 누구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펀드의 장기 성과에 따라 과연 TOP 경영인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답을 알게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또 이 펀드와 미래에 상장될 수 있는 비슷한 전략의 펀드들로 인해, CEO들의 행실이 변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선(善)이 더 큰 이윤을 가져올까요?(Will doing good prove to be more profitable?)
사실, 언제부턴가 돈을 많이 버는 것 못지 않게 기업의 책임감에 초점을 두는 전략이 투자자들에게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주주의 이익만이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책임감 있는 기업시민이 될 것을 바라며, 투자 선택을 통해 이를 도모하는 투자 전략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입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펀드는 환경과 사회에 해가 되는 사업 수단을 줄이고, 기업 지배구조도 더 안전하고 공평한 방법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최근 이런 ESG 목적 펀드는 아주 많아졌습니다. 저는 고인격자 CEO 펀드 역시 투자자들의 힘으로 바른 선택과 인간적인 행실 등을 권력자들에게 강하게 권고할 수 있으리라 희망해 봅니다. 특히 비슷한 전략 펀드가 더 나오게 된다면 말이지요. 개개인의 부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신경을 쓰는 자본주의 사회가 투자자들의 선택에 힘입어 다음 세대에게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Let's hope so.
한국의 코로나 상황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주 전에 비해서 7일 평균 확진자는 약 13.3% (40만 2456명에서 34만 8885명으로) 줄었지만, 사망자는 21.5% (290명에서 353명으로) 늘었습니다. 7일 평균 확진자가 3월 17일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사망자 추세는 2주 정도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지난주에 제가 언급했던 긴 터널 끝에 보이기 시작한 빛이 좀 더 가까워지면서 밝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우선 확진자 수가 의미 있게 줄었고, 7일 평균 사망자 수도 오랜만에 줄었으니까요.
3월 25일: 359명(최고치)
3월 26일: 353명
다음 주 편지에는 제가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해드릴까 합니다.
그럼, 그 때까지 평안하세요. Have a bullish week!
신순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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